아일랜드
Hann의 아일랜드 워홀기 #17,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
newhak
2019.01.02
지난 6월 30일. 더블린에서는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가 열렸다.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퀴어 퍼레이드(Queer Parade) 라고도 불리며, LGBTQI등의 성소수자들이 권리를 인정받고,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벌이는 행진이다.*
사실 ‘퀴어 퍼레이드' 라는 단어를 들으면, 한국에서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지곤 했다.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기보다는, 종교를 앞세워 무조건적인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던가… 또 익명에 숨어 아무렇지 않게 혐오 발언을 일삼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던가…
(할말하않)
하지만 여기 더블린은 정말 달랐다.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니, 지난 2015년 5월 22일에 아일랜드는 세계 최로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켰다고. 그렇다는 건, 과반수 이상의 국민이 동성결혼을 찬성했다는 의미. 새삼 아이리쉬들의 의식 수준에 감탄하는 순간.
퍼레이드가 다가오면, 구글 맵에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길이 이렇게 무지개 색으로 표시된다. 너무 귀엽고 또 멋지다.
또, 더블린의 거의 모든 곳에서 무지개 깃발을 볼 수 있다. 시내버스부터 시작해서 리피강 곳곳에 세워진 깃발들 그리고 시내의 많은 샵들과 주택들에서도.
행사 당일.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세인트 스티븐스 그린(St. Stephens Green) 앞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무지갯빛을 볼 수 있었다. 그냥 LGBTQI만의 행사가 아니라, 더블린 사람들 모두의 행사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는 부분.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웃음 가득한 얼굴이고,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치거나 하면 서로에게 ‘Happy Pride!’ 하며 인사를 건넨다.
또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에어 링구스 등 많은 기업들도 퍼레이드에 참가해 지지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아이와 함께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가족들이 정말 많았다는 것. 실제로 내가 사는 집의 아이리쉬 가족들도,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무지개 악세사리나 옷을 착용하고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한, 우리는 오늘 다 같이 Pride Parade에 가. 너도 퍼레이드 가니? 이따 보자!” 라는 말을 듣고 꽤 놀랐던 기억이 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조금 부럽기도 했고.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한국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게 되길 바란다.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서로를 응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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