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국 어학연수기 23. 홈스테이를 방문하다, 너무나도 친절하신 Ruby맘!
Ian Son
2017.10.16
기숙사에서 몇 주 머물고 학원 생활도 익숙해졌다. 기숙사나 따로 자취방에서 지내는 친구들과 다르게 같은 반에는 홈스테이 학생들도 있다. 홈스테이는 어떨지 궁금하다. 외국 나가면 집 구해서 사는 학생도 있고, 기숙사 사는 학생도 있고 홈스테이 하면서 사는 학생도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막연히 홈스테이 하면 집에 가족이 있겠구나 싶지만 실제로 그들 생활이 어떻고 어떤 모습으로 지내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궁금하면 직접 보러 가야지.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홈스테이 장소는 몇 주 전 갔던 사우스베이 캠퍼스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사우스베이로 가기 위해 이용했던 Metro Silver 라인을 타고 Harbor Gateway transit center 에 도착했다. 이곳과 걸어서 10분 거리인 홈스테이 장소는 공동 주택 공간으로 아름다운 집이 정갈하게 놓여있다.
입구는 자동문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일단 이 지역 안전함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애초에 사우스베이가 홈리스들이 없는 조용한 지역이라 버스정류장에서 이곳으로 오기까지 매우 평화롭고 조용했다. 아무래도 이런 공동 주택(커뮤니티 빌리지)이 오픈된 도심 속 보다는 안전한 듯 보인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홈스테이맘 ‘Ruby Acosta’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각종 가구들과 게임기 소파, 보드 등 심플하고 최소화된 기숙사와 다르게 홈스테이는 이것저것 많은 것들이 놓여있는게 보인다. 홈스테이 맘이 키우는 화분들 부터 피아노, 티비 등 다양한 전자기기 까지 놓여있다. 가족이 사는 집이구나 싶다.
올해 62세가 되신 홈스테이맘 Ruby는 오랫동안 홈스테이를 해왔다. 노하우가 쌓인 것이 한눈에 보인 공간은 부엌이었다. 식탁 위에는 아침을 위한 빵과 과일들, 각종 간식거리들이 쌓여있다. 냉장고 안에는 갖가지 음식들이 많이 있고(심지어 단무지도 있다.) 음식 창고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과자들과 음식 재료들이 있다. 딱히 식사 시간이 없고 학생들이 언제든지 먹을 수 있게 음식을 미리 해놓기 때문에 스케쥴에 구애받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다. 식사 시간으로 인해 생기는 불편함을 없애는 탁월한 안목에 무릎을 치고 간다.
기숙사는 내가 요리를 하거나 사먹어야 하지만 홈스테이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음식이 구비되어 있는 점이 차이가 있다. 물론 아주머니께서 요리를 해주시는 걸 기본적으로 먹게 되지만 꼭 이것을 먹지 않아도 다른 음식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식료품창고와 냉장고. 없는 게 없는, 맘대로 다 먹는 공간!
동양인 학생들이 많이 머물다 보니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순하고 든든한 음식들 위주로 하신다. 아들 챙겨주는 마음으로 나에게도 음식과 과자를 권하신다. 닭가슴살 요리를 먹었는데 밥과 같이 먹으니 배에 생기가 돈다. 욕심 조금만 부려서 더 먹을걸. 순한 맛이 너무 좋았는데.
둘러보니 알겠다. 홈스테이 장점은 편안함이다. 정말 내 집 같다. 기숙사나 자취방에서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한 냄새가 난다. 마치 어렸을 적 친구집에 놀러갔을 때 났던 낯설고도 편안한 냄새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더군다나 Ruby는 학생들이 바쁠 때는 빨래도 직접 해주고 방 서랍에 정리해 넣어 주신다. 각 방에는 티비가 모두 있고 깨끗한 화장실에 따뜻한 정원까지 있다.
홈스테이는 가족들 룰을 따르기 마련이다. 서로 피해주지 않기 위해 합의된 기숙사 규칙과는 다르게 이곳은 엄연히 가족이 사는 집이기 때문에 가족 규칙이 있을 것이고 이를 따라야 한다. 여쭤봤는데 불만 잘끄고 문만 잘 잠그고 다니란다. 괜히 안잠그고 안껐다가 아주머니가 새벽에 일어나시고 자동으로 알람이 울리는 불상사만 없다면 자유로운 환경이란다. 잘끄고 잘 닫자. 난 자취할때는 잘 끄지만 고향집만 가면 그렇게 화장실 불 끄는걸 까먹는데 괜히 나보고 하시는 소리 같다.
구석구석 설명해주시는 Ruby. 인턴을 하러 한국에서 온 아이들이 생각나며 이런 저런 에피소드를 얘기해 주신다. 대부분 아직까지 연락도 잘하고 있으며 한국에 들어갔다가 다시 돌아온 친구들도 있단다. 학원 수업 뿐만 아니라 집에서 대화할 때도 학생들 영어 교정을 도와주신다니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신다. 정말 친절하시다.
이곳저곳 둘러보고 떠나갈 무렵 뭔가 아시워하시는 모습을 보셨는지 음식 창고에서 라면이랑 과자를 가지고 가란다. 하..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어머님. 진라면 너무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알고 가져가라 하시는지.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모습이 고향집 떠나 서울로 갈때 모습과 같다. 기숙사는 머무는동안 룸메이트들과 가족이 된다면 홈스테이는 기존 가족 구성원에 그대로 들어가는 경험이다. 물론 아주머니가 어떤 분인가에 따라 홈스테이 만족도가 결정되는 변수(?)가 있다. 일단 내가 들린 이곳은 천국이다!
빌리지 안에는 수영장도 있다!
먼저 페이스북 친구하자고 제안하시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정겨운 느낌이 든다. 내 이름을 말씀드렸지만 서양분들에겐 어려운 이름이라 헤매시는 모습도 정겹다.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세계 다양한 학생들과 생활하셨으니 우리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계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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