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국 어학연수기 21. SHCA 기숙사 생활 전격 공개(?!) - 친구들 이야기
Ian Son
2017.10.16
미국 오기 전 걱정거리는 어학원 수업이 아니었다. 먹고 자고 쉬는 공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게 답답했다. 대게 편견이란 건 있다. 어느 나라 쪽 사람들은 냄새가 많이 나더라. 누구는 안씻더라. 누구는 그렇게 남 물건을 자기것 마냥 잘 쓰더라는 등. 별의 별 조언과 소문을 듣고 이곳에 왔다.
국가별로 어느정도 공통점은 존재하지만 어느정도 생활하다 보니 그러한 얘기들이 모두 들어맞는 건 아니라 느낀다. 사람마다 다른 것일 뿐. 한국인도 모두 성격도 다르고 생활 습관도 다르듯이 이들도 똑같다. 같은 사람이다. 이 점을 알고 지내면 한결 편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다. 마음을 비우고 최대한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별 탈 없이 지냈다.
10시가 되자마자 잠드는 룸메 루이스. 덕분에 나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서양(?)습관을 갖췄다.
다른 룸메인 톨가는 저녁수업 듣느라 늦게 들어온다.
나의 룸메이트를 소개합니다(나룸소)
4인실엔 나를 포함해 3명만 살고 있다. 한국, 브라질, 터키.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3등분 했을 때 해당하는 나라가 하나씩 있다.
브라질 친구 루이스는 깔끔한 성격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는 항상 나가있었는데 침대 이불을 말끔하게 정리해놓는다. 그가 신기하다. 영어를 그렇게 잘하진 않아서 구웃? 올 노굿? 브라질(포르투칼어가 모국어다) 특유 억양으로 대화를 하곤 하지만 표정만 보면 그가 뭘 말하려는 지 알 수 있다. 냉장고를 보면 그 친구가 채워둔 각종 과일과 빵으로 가득하다. 듣기로는 여유로운 형편은 아닌 데 역시 사람 마음가짐에 따라 모든게 다르다고 매번 식사 시간마다 빵과 과일 또는 파스타를 여유롭게 먹고 있는 걸 보고 있자면 나까지 편안해 진다.
반면 같은 학원을 다니는 터키 친구 톨가는 참 노는 걸 좋아한다. 주로 방에 머물지 않고 밖에서 무얼 하고 들어온다. 놀든 술을 마시든 친구를 만나든 (다 노는건가?) 밤에 활동하다 보니 언제 집에 돌아오는지 잘 모르겠다. 오기 전에 잠들기 마련인데 아침에 입을 벌리고 자는 표정을 보고나서야 들어왔구나 싶다. 루이스나 톨가나 나또한 방 안에서는 대화 없이 서로에게 피해 안주려고 조용히 지낸다. 다만 밖에서 이 친구랑 얘기하면 그렇게 활발할 수가 없다.
스포츠는 전세계 관심사
최근 가장 화제였던 스포츠 경기는 메이웨더와 맥그리거의 ‘세기의 대결’이었다. 스포츠는 혼자 보기보단 둘이서, 여럿이 보는 맛이 크다. 사실 격투기나 복싱에 크게 관심 있지는 않았는데 워낙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포츠이기도 하고 기숙사 친구들도 다 좋아해서 경기 몇시간 전부터 티비 앞에 대기하며 기다렸다. 제일 열성적으로 맥그리거를 응원하는 사람은 기숙사 매니저 기열모다. 메이웨더가 한 번이라도 쓴맛을 보는 걸 봐야겠다며 기숙사가 떵떵거릴 정도로 응원을 해댔지만 결국 메이웨더가 승리한다. 이 경기 이후 며칠동안 복싱 생각만 하면 열이 받는다고 한다. 내가 국가대표 축구 경기 보며 하는 행동과 똑같다. 다 똑같은 사람들이구나 싶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친구 아부트와는 축구 얘기를 자주한다. 특히 지내는 동안 월드컵 최종 예선 기간이라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 모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진출을 하느냐 마느냐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다행히 두 팀 모두 진출하며 웃는 얼굴로 축구 얘기를 하곤 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12년 만에 월드컵 진출이라 대만족하는 친구 모습이 귀엽다. 우리는 9번 연속 진출인데^^(그 과정은 정말 부끄럽지만)
다같이 한국 음식 먹기 – 코리안 바베큐
코리아 타운 + (한국보다는) 싼 고기 가격 때문에 한국 고깃집을 편안한 마음으로(무한리필 16달러!) 갈 수 있었다. 이미 외국인 친구들은 내가 오기 전부터 한국 음식을 많이 먹어 봤나보다. 룸메인 톨가는 그렇게 코리안 바베큐를 찬양한다. 한국인인 나에게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준댄다. 어이가 없다. 신들린 고기 뒤집기를 보여주겠노라 서로 자존심만 앞세우다가 드디어 친해진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 갔다. 막상 가보니 젓가락질도 제대로 못하던데 무슨 용기로 나에게 도발 했을까?
기숙사에서 10분 정도 걷다보면 ‘고기사랑’이 나타난다. 글을 쓰기 전에는 한국 고기 맛과 무엇이 다를까 본격 리뷰를 하려 했지만 기쁘게도 전혀 차이가 없다. 양파와 김치 콩나물을 그대로 불판에 올려주는 것까지 똑같다. 맛도 완벽!
장난스럽게 날 바라보는 아부트(왼쪽)와 고기 먹기 전 스스로 이발하고 톨가(가운데, 밤톨이 두상,귀여워)가 눈에 띈다. 영어는 안하고 어디서 배웠는지 둘이서 일본어와 한국어
단어만 주구장창. 매번 래퍼토리는 ‘괜찮아?’ ‘난데?(일본어)’ ‘닥쳐(..)’. 다가오는 한국인 직원분에게 고기 괜찮아? 라고 물어보는데
내 얼굴이 빨개진다. 누가 가르친거야 도대체. 제발 그러지마..부탁할게.
오랜만이야 잘 지냈니? 여전히 아름답구나
같이 온 한국인 친구들은 집밥 먹는, 잠시나마 고향 맛 느끼는 기분이라 조용 엄숙 근엄 진지하게 먹는 반면 외국인 친구들은 왜 이렇게 텐션이 업됐는지. 우리가 치맥 먹으러 가는 기분과 비슷하려나? 노래 한번 나올 때마다 춤사위 한번 부리면서 고기 한점 먹는데 정신 사납다. 춤을 전공으로 배우는 일본인 친구 사나는 그 와중에 엄청난 웨이브(!)를 선보여 감탄했다. 자고로 고기는 익어가는 1분 1초를 경건히 지켜보면서 먹어야 한다고 넌지시 말하고 싶었..으나 이미 그들에게는 축제 그 이상이다. 젓가락 짧게 잡아 구운 김치랑 양파를 아무렇지 않게 먹는 이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 사람들일까.
많이도 모였다. 터키, 사우디, 한국 일본 4개국 사람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기억이 안나는 걸 보니 다 각자 하고 싶은 말만 아무말 대잔치를 벌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미국 생활까지 총 3번 외국에 나간 셈인데 여러 나라 친구들과 얘기하는 건 언제나 즐겁다. 특히나 유스호스텔같은 곳이나 이런 기숙사에서 한 두 명이 아닌 다양한 국적 친구들과 별의 별 얘기를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자국에서 무엇을 하다 왔는 간에 일단 지금 이 순간은 나이 상관 없이 모두 친구다. 문화가 다르고 사회가 달라도 어쨌든 미국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자신도 그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모든게 다 좋고 즐거운 이 기분이 오래갔으면 했다. 그게 해외 나와서 친구 사귀는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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