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국 어학연수기 39. 애리조나 가는길, 멀고도 험한 피닉스 도착한 호텔이 이상..?
Ian Son
2017.10.30
애리조나 가기 - Greyhound 버스타고
미국 친구 타일러의 도움을 통해 그랜드 캐니언을 극적으로 갈 수 있었다. 그는 이전 베니스 비치에서 만났을 때 애리조나 피닉스에 온다면 그랜드 캐니언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천사가 여기있다! 자금 사정상 왕복으로 비행기를 탈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버스 타고 8시간(...)가는 것도 평생 못할 경험이라 생각하고 도전했다.
*주의 : Greyhound 터미널 주변은 밤이 되면 우범지대로 변한다고 하니 이용할 분들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낮에도 매우 안전한 지역은 아니라고 하니 항상 조심! 최대한 비행기를 이용하는게 좋다.
고장난 버스, 몇시간 동안 어딘가에서 머물다
중간 정류장에서 갑자기 드는 생각은 혹시 정류장에서 환승해야 되는 시스템이 아닌가 싶었다. 불안해서 직원께 여쭤보니 다행히 아니랜다. 한 버스에 계속 머물면 됐었고 점점 승객들이 빠져나가길래 자리도 늘어나고 쾌적한 좌석 환경으로 변했다. 더 탈 사람은 없어보이니까 슬슬 잠도 자야겠다 싶었다.
잠을 자긴 했나.. 눈을 뜨니 버스 터미널에 정차한채 기사님이 갑자기 상황 설명 하신다. (잠결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버스에 문제가 생겨서 다음 버스를 타야 할 것이라는 날벼락 같은 안내였다. 잘 모르겠으면 자기만 따라오라고 해서 안심하고 그를 따르긴 했으나 몇시간 기다릴 지는 몰랐다. 금방 다음 버스가 올거라고 승객들은 안심시키셨지만 대충 둘러보니 다음 시간대 버스를 타야 했다. 2시간 차이로 출발하던데 언제 오려나.
몇시간 기다렸는지 잊어갈 무렵 다음 차가 왔다. 공교롭게도 모든 좌석에 승객이 다 앉게 되는 만원 버스가 됐다. 하필 내 옆자리는 아기와 어머니가 앉고 있어 계속 울어대는 바람에 도저히 편하게 앉아있을 수가 없다. 자다가 아기 울음소리에 깨다가 다시 자기를 반복. 바깥 풍경은 사막 한가운데라 처음에만 신기했지 전혀 볼게 없다. 그저 드는 생각은 여기서 차 고장나면 꼼짝없이 묶이겠구나 싶다. 사진 찍을 힘도 없이 무의식과 의식 사이를 맴돌다 어느새 피닉스에 도착했다.
아마도 졸면서 놓친 풍경들. 애리조나 주 사막 고속도로
한번은 도전해 볼만 하다는 LA발 애리조나행 버스가 이런 의미였던가. 답답함이 전부였던 애리조나 버스 탑승에 아쉽기만 하다. 잠깐이나마 사막 구경도 하고 선인장 구경도 하면서 여유롭게 또는 지루하게 갈 법도 한데. 몸이 너무 지친채로 8시간이 삭제되어 아쉽다. 애리조나 고속도로를 떠올리면 나타나는 흐릿한 그림은 황토색 토지와 몇개 선인장 그리고 풍력발전기 밖에 남아있지 않다. 같은 기숙사 살던 친구는 애리조나 갈 때 지루하긴 했어도 매우 편안하게 갔다는데. 그동안 쌓은 업보가 하필 사막 한가운데에서 터졌나보다.
도착한 피닉스 버스 터미널. 사막 기후가 몸을 덮친다.
마침내 피닉스, 도착한 호텔이 뭔가 이상해
어쨌든 몸 상한데 없이 애리조나 피닉스에 도착했다. 우버타고 미리 예약한 호텔로 향했다. 피닉스에 가장 싼 숙소로 귀찮음에 호텔 예약을 안하고 버티다가 그 전날 마지못해 예약잡은 곳이다. 우버 기사님이 어디서 오는 길이냐고 묻는데 멍때리다 한국에서 왔다는 대답을 하고야 말았다. 한국에서 차타고 왔냐고 웃으면서 물어보시길래 그제서야 '쏘리.. 로스 앤젤레쓰'. 왜 왔냐고 하길래 그랜드 캐니언 보고 한국 돌아가려고 한다며 가본신 적 있냐고 여쭤봤다. 자기도 피닉스를 오래 살았지만 그랜드 캐니언을 많이 가보진 않았다며 실컷 구경하라든 덕담을 건네주셨다.
도착한 호텔은 공항에서 가까우면서도 뭔가 외진 곳이었다. 대낮인데도 사람이 거의 없길래 조용히 지내고 좋네 하며 체크인을 마쳤다. 허름한 모텔에 가까운 호텔이지만 피닉스에서 가장 싼 곳이라니까 기분 좋게 들어갔다. 근처에 맥도날드도 있어서 맛나게 먹었고. 뭔가 기분 나쁜 냄새도 났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여튼 하룻밤을 잘 묵었다. 그랜드캐니언 일정은 애리조나에 사는 타일러와 데이비드가 차를 몰고 나를 태우러 온 것이 시작이었다. 아침 8시에 만나기로 했다. 만나자마자 친구들 하는 말이 예사롭지 않다.
"헤이, 마이 프렌드, 내가 애리조나 살면서 가장 위험한 곳을 온 것 같아"
친구들 설명으로는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고 머리 아프고 기분 나쁜 마리화나 냄새가 계속 난다는 것이다. 마리..뭐? 혹시 어제 저녁 나던 퀘퀘하고 이상한 냄새가 마리화나 였던가.
그때까지만 해도 정신못차리고 그런가보다 싶었다. 그랜드 캐니언으로 향하는 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텔 리뷰를 보았다. "No, No, Don't consider." 절대 이곳에 묵을 생각을 하지 말라는 평이 대다수. 안돼, 안돼 절대 여기 올 생각하지 마라는 평이 마음을 철렁하게 만든다. 3월에 총기 사고까지 난 위험 지역 호텔을 지 발로 걸어 들어오다니. 난 정말 미친놈인가 싶다. 꼭 숙소 리뷰도 확인하고 주변 전경과 정보를 알아보고 했어야 했는데. 처음으로 리뷰를 보지 않고 귀찮은 마음에 빠르게 예약만 했다가 큰 일 날 뻔 했다.
꼭 조심하자. 어느 나라를 가든 위험은 반드시 존재하며 보시듯 준비 없이 호텔 리뷰도 안보고 아무 고려 없이 숙소를 정하면 큰일 당할 수 있다. 어처구니 없지만 결국 내 잘못이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마음씨 고운 타일러는 자신이 머무는 애리조나 대학교 기숙사에 소파가 있는데 그곳에서 하루 밤을 지내자고 제안했다. 천사가 틀림없다. 진짜 천사다! 천사의 손길을 덥석 잡은 후 한 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여튼 우여곡절 끝에 그랜드 캐니언이 점점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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