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국 어학연수기 29. 맑은 하늘과 드넓은 태평양바다! - LA 베니스 해변
Ian Son
2017.10.17
맑은 해변을 보고 싶었다. UCLA를 구경하면서 잠깐 들렀던 산타모니카는 너무 흐렸다. 사람도 많고 바람도 많이 불고. 무엇보다 바다 하면 하늘색과 청색이 맞닿아 있는 지평선을 보고 싶었다. 드넓은 태평양을. 간간히 유투브로 GTA 5 를 보고 있노라면 실제 산타모니카 해변은 어떻게 생겼을 까 하는 궁금함도 있었다. 사실 이 게임이 LA를 배경으로 한지도 몰랐다가 LA 행을 결정하고 난 뒤 뜻밖에 알게된 사실이라 좀 더 기대했다.
예전에 갔던 유럽 여행 중 뮌헨에서 만났던 미국인 친구가 있다. 타일러는
다음에 미국에 오게 되면 재밌게 놀아보자는 말을 했었다. 나도 예상치 못하게 미국에 왔고 그 친구도
연휴차에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LA로 놀러왔다. 다음에 보자
인사치레로 했던 말들이 실현되었다. 그 광경을 보자니 헛웃음만 나온다.
타일러는 같은 동네 친구 데이비드와 함께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5시간정도
운전해 베니스해변에 도착했다. 일주일 전 흐렸던 해변 날씨는 온데간데 없고 말 그대로 하늘색 하늘과
파란색 바다와 맑은 모래가 펼쳐졌다. 나까지 포함해 남자 셋이서 해변을 거니는 것도 이색 경험이다. 타일러는 머슬 비치 근처에 있는 롤러보드장이 목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탔다는 롤러 보드는 나에게 미국 문화 상징 중 하나였다. 기대감에 부푼다.
본의아니게 이들과 얘기하는데 긴장했다. 학원 영어와 다르게 실전(?)영어를 미국와서 처음 쓴다는 긴장감에 말문이 막혔다. 아니 말문이 막히기 보다는 머릿속에 문법 생각하느라 오히려 말투가 느려지고 차분해지는 효과를 느낀다. 타일러가 독일에서 날 처음 봤을때에는 여행의 흥분과 알코올의 취기로 인해 업된 모습이었다. (그래봤자 알쓰라 얼마나 마셨겠냐만은) 타일러는 몇 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때보다 오히려 차분해진 내 모습에 신기해 한다. 나는 엄청 긴장한 건데ㅎㅎ. 그와중에 베니스 해변보면서 진짜 GTA 5 랑 똑같이 생겼다라고 하니까 엄청 웃는다.
같이 온 친구인 데이비드는 타일러 동네 친구란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같이 있던 불..r..친구라 서로 말할 거리가 없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운전중에 둘이서 끊임없이 얘기를 하더라. 그런데 무슨 얘기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아니 기억을 못하는 거겠지. 내가 못 알아 들으니까ㅎㅎ 가만히 영어 듣기하는 내 모습을 보자니 또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우연히 한다. 역시 삶은 우연성에 의존한다더니.
Venice Beach, 청량함에 반하다
베니스 해변은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여있다. 많은 잡화들을 파는 건 물론이고 버스킹, 예술 작품 등이 몰려있다. 이 때 처음으로 맡아본 마리화나 냄새는 이 거리가 정말 자유를 온몸으로 내뿜고 있구나 싶다. 다시는 맡고 싶지 않은 냄새긴 하다.
찍다보니 많은 부분에 출현한 데이비드, 다채로운 색감이 매력인 베니스 해변 거리
도착한 보드 타는 곳은 다들 1,2년 보드 타본 솜씨는 아닌 보드 장인 들만 모여있다. 패션도 참 다양..한 줄 알았는데 대부분 보드 좀 타신다는 형님들은 윗통 벗고 배기바지 패션을..과시한다. 타일러도 한 두번 타본 솜씨가 아니라 꽤나 자유자재로 여기저기 타보더라. (물론 그는 배기바지를 지양한다!) 나는 그저 부러워서 쳐다만 볼 뿐. 그를 위해 영상을 찍어줬다! 한국에서 내가 아는 보드 보이는 딱 한명 있었는데 그 친구가 여기 오면 얼마나 좋아할 까 싶다.
Venice Beach 영상 - 청량함이 느껴지시나요? :)
강렬한 태양 아래 계속 걷다보니 셋 모두 얼굴이 뻘개졌다. 아이스크림나 음료수를 간간히 마시면서 최대한 바닷 공기를 몸에 담으려 노력했다. 베니스 해변 경찰서 앞에는 아크로바틱 버스킹 공연도 있었다. 특히 이 분들은 관객 몰이는 기가막히다. 무얼 할 것처럼 '지금은 쇼타임이다!' 엄청 폼을 잡더니 그게 다 관객을 모으려고 할 듯 말 듯 맛보기 공연만 보여주더라. 참으로 얄밉더라. 결국 그들이 계속 말하는 Official show time 은 기다린지 한 40분만에 시작했다. 처음부터 기다린 관객으로써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들 몸놀림은 대단하고 인상적이다.
What time is it now? It's show time!!!
베니스 해변 아크로바틱 버스킹 공연
한참 걸었더니 배가 고프다. 보드장까지 최소 2~3km는 걸었던 것 같은데 왕복 4,5km는 넘게 걸었던 것 같다. 타일러는 거기다가 보드까지 탔으니 지칠만 하다. 돌아오는 길에 주차했던 장소가 어딘지도 까먹을 만큼 다들 지치고 허기졌다. 시원하고 기름진 거 먹고 싶다는 생각에 황급히 해변을 나와 인앤아웃 버거와 콜라를 먹으러 간다.
감자튀김이 예술!!! - 인앤아웃 버거 InNOut Burger
의외로 매장 규모가 작아 놀랐다. 그에 비해 사람은 엄청 많다. 사람 만큼이나 드라이브 스루로 주문하는 차들도 엄청나게 늘어져 대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인앤아웃 버거 메뉴의 포인트는 감자튀김이라 생각한다. 바로 튀겨서 제공하는 감자튀김은 뜨겁고 바삭하다. 대게 다른 프랜차이즈 감자튀김은 아무리 갓 튀겼다 하더라도 속은 눅눅하다. 그러나 인앤아웃 것은 밖과 속이 같다. 바삭바삭한 식감이 신기한 마음에 먹을때마다 속을 쳐다봤다. 치즈 소스를 올려서 먹는 감자튀김보다는 생으로 케찹 한번씩 쏙쏙 찍어 먹는 맛이 예술이다. 감자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은 오리지널리티가 몸을 자극했다. 감자튀김에 감탄하느라 정작 버거는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
차가 없으면 구경하기 힘든 그랜드캐니언이 이 친구들 집에서 차로 3시간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랜드 캐니언에 가고 싶다는 얘기를 하자 애리조나 주에 오면 같이 가자고 했다. 절해도 모자를 판이다. BBC 선정 1위에 빛나는 '죽기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여행지' 에 몇십억년 역사를 자랑하는 그곳을 진짜 내가 갈 수 있다고? 아이고..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는 그대에게 엄청난 감사를 표 하고도 매번 감사한 마음이 내 몸 깊숙히 꽉차고 어쩔 줄을 모를 지경입니다. 빚을 그대에게 정말 많이 진 것 같습니다. 이런 인연 또 없습니다.. 덕분에 내 인생 최고의 정점을 찍을 순간이 나타날 것 같다.
[다음 이야기 보러가기 -->미국 어학연수기 30. 가자 류현진! LA 다저스 스타디움 야구 경기 관람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