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국 어학연수기 25. 미국 속 작은 덴마크 Solvang, 와이너리 투어! : LS 액티비티
Ian Son
2017.10.16
수업 중간에 날라온 안내문, SON..까먹지 말고 솔뱅 꼭 가자고 재촉하는 듯
어학원에서 제공하는 액티비티다. 25달러 저렴한 가격에 무제한 와인과 솔뱅 구경을 할 수 있다. 매우 좋은 기회다. 애초에 차가 없기 때문에 LA 외곽은 전혀 갈 수가 없었던 터라 기쁜 마음으로 신청했다. LS 선생님 중 한분인 존과 함께 가는 투어. 비록 식사비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학원과 와인농장이 협업 관계라 무제한 와인이 제공된다는 점이 솔깃했다. 알코올 쓰레기(…) 출신이라 한 모금만 마셔도 얼굴과 몸이 빨개지지만 언제 다양한 와인을 맛보겠나 싶어서 이날을 기다렸다.
아침 9시 45분에 모이는 이른 일정이었지만 학원 안가고 여행 간다니 이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9인승이나 되는 차를 끌고 온 존 선생님을 따라 캘리포니아 해안 도로를 누볐다. 으레 그렇듯 차안은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자기소개 하는 시간이다. 카자흐스탄, 터키, 일본, 몽골, 브라질 사람이 같은 차 안에 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것도 모두다 영어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소통하다니. 이런게 어학 연수의 묘미 인가 싶다.
와이너리 투어, 한잔 먹고 취한 사연
산을 넘고 안개를 헤쳐 와이너리에 도착했다. 존 선생님은 와인 전문가다. 각 와인 특징과 먹는 법, 역사 등 다양한 와인 이야깃거리를 건네주셨다. 오우 선선하게 바람도 불고 딱 분위기 좋게 와인 몇 잔 마셨더니 몸이 반응한다. 탁월한 설명에 너무 궁금해 이것저것 종류별로 한모금씩 마셨다. 왜 내가 알쓰란 걸 까먹었을 까. 빨개진 내 얼굴은 소주 강국 한국인이 술을 잘 못먹는다는 새로운 인간상을 낳게 했다. 나는 분명히 밝혔다. 나만 못 마시는 것이다. 브라질 친구 왈러스는 계속 손가락을 흔들면서 빨개진 내 얼굴을 향해 몇 개냐고 물어본다. 난 바보가 아니다 친구야. 2개였어 2개!
존 선생님은 LS 대표 선생님 중 한 분이시다. 대부분 여기 선생님 경력들이 어마어마하신데 선생님은 일본에서 몇년동안 생활을 하셨다. 그래서 같이 온 학생 중 한 명인 일본인과 일본어로 대화하는 모습이다. 우리도 한국말하는 외국인이 신기하듯 일본어하는 외국인도 신기하다. 와인 전문가에 언어 마스터, 이분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가. 특히나 일본에서는 학원에 다니신 것도 아니고 정말 길가에서 물어 물어 일본어를 배우셨다고 말씀하시니 그 전체 스토리가 너무 궁금하다. 다만 오늘 하루로는 전체를 듣기에 옷깃에 바람 스치듯 짧은 시간ㅠㅠ
일본인 학생과 몽골인 학생 모두 한국어를 공부한 적이 있단다. 한국인인 걸 밝혔더니 아직 대화를 한번도 안해본 분이 멀리서 느닷없이 '저기요~'라고 말을 건다. 이 몽골인 친구는 생김새도 우리 사람들과 비슷하여 위화감이 없었다. 다들 어찌 언어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논리적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한국어를!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 이제서야 일본, 몽골 두 나라가 한국과 매우 가까운 나라라는 게 실감난다.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이너리 하우스
와이너리 마스코트(로 추정하는) 고양이
이 때 얼굴이 너무 빨개져서 자체 심의를 통해 삭제했다..이해바란다 들..
누가 보면 와인 한병 모두 마신 것 같다
떠나기 전 포도 농장에서 기념 촬영을 찍었다. 브라질 친구는 내 사진 꼴(?)을 보더니 마치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LA로 날아와 포도 농장 사업에 성공한 한인 같단다. 손님들에게 술을 권하다 오히려 본인이 취하면서 까지 와인을 파는 사장님이 어디 있을까. 이렇게 날씨 좋은 곳에서 일하는 농장 사장님은 어떤 기분이실까 궁금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나가면서 농장에서 일하시는 관리인분을 만나서 얘기를 나눴는데 매번 느끼지만 먼저 인사를 건네주는 여기 사람들 여유가 부럽다.
미국 속 작은 덴마크 – 솔뱅
미국 안에 작은 유럽이 있다. 덴마크에서 온 이주자들이 꾸린 동네로 덴마크식 풍차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넓직하고 끝없이 펼쳐진 평원과 다르게 솔뱅은 작고 아기자기한 것들로 가득하다. 엄청 큰 동네는 아니지만 그 아기자기함에 반했다. 풍차도 있고 초콜릿도 있다. 아이스크림은 매우 달달했고 바람은 선선했다. 본의 아니게 취한 내 얼굴에 잠깐이나마 생기가 돌았다.
덴마크는 동화 작가 안데르센의 나라이기도 하다. 안데르센 박물관이 작은 규모로 있다. 그가 쓴 다양한 작품들 초판을 전시한다. 어렸을 때는 안데르센 동화라고 하면 작가 이름인 줄 모르고 읽었는데. 어느새 어른이 되어 원문을 읽는 (척) 한다.
도서관에는 다양한 책들로 가득하다. 박물관과 도서관이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종류 책들이 모여있다. 오래된 책과 가구지만 낡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세련된 디자인이다. 고풍스러운 천장 아래 동그란 조명등이 너무 예뻤다. 감탄하는 사이에 날 찍어준 브라질 친구 덕분에 SNS 1년치 프로필 사진도 얻었다!
노동의 날 연휴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 해변도로는 매우 막혔다. 때문에 길을 돌아 굽이굽이 산을 타고 평지를 건너 LA 로 돌아갔다. 넓은 평야 위에 펼쳐진 붉은 노을과 양떼 구름은 돌아가는 내내 하늘에 머물렀다. 신기하면서도 잠은 솔솔 오고.. 몽롱하게 남아 있는 그 날 하늘을 사진으로나마 어렴풋이 기억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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